정세라는 어지러운 밤풍경과 신비스러운 정오의 광경을 평면위에 재현해온 작가이다. 그녀의 작품에 나타나는 주요 시간대는 밤, 새벽, 정오로, 불연속적으로 역사와 신화의 시간을 넘나들면서 각각의 시간을 알려주는 특정한 광원(光源)을 표현한다. <빛과 속도의 풍경>은 총 다섯 점의 연작으로 도시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엮어 표현한 것이다. 겉잡을 수 없는 속도가 빛의 흔적으로 남아 마치 비어버린 듯한 도로나 인적 드문 도시 속 공원에서 맞닥뜨린 일그러진 빛처럼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를 심리적 풍경으로 새롭게 재현하였다. 마치 꿈의 한 장면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는 밤의 도시를 은유적으로 표현해낸 이 작품은 작가 스스로를 포함한 인간의 흔들리는 내면세계라고 할 수 있다.